보도자료

[한국행정연구원] 공유경제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11

 

공유경제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 달라진 세상
최근 10여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이끄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해 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챠량공유(car sharing)와 승차공유(ride sharing)를 제공하는 창의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통해 산업간 융합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모빌리티 생태계 참여자들은 각자의 특성과 경쟁적 포지셔닝에 따라 기존 플랫폼에 합류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모바일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반 공유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차량제조사들은 모빌리티 시장의 최근 화두가 차량과 승차공유를 넘어 MaaS(Mobility as a Service)로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으로의 사업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는 기존 교통산업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기술의 진보에 따라 교통사업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도 지난 10월 15일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2030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을 33%로 끌어올린다는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을 상용화함으로써 미래차에서 세계 최초,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선언하였고, 이를 위해 완전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주요도로의 인프라와 관련 법제도를 2027년까지 완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인자동차시대가 가져올 변화들은 가히 혁명적이다. KPMG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으로오는 2040년까지 자동차 사고율이 현재보다 약 8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맥킨지의 경우에는 더 높은 90% 수준을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계의 큰 손인 보험회사들도 이와 같은 사고율 감소로 인해 자동차보험시장의 규모가 현재보다 약 40% 가량 축소되어 자동차보험회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간 전체 시장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이 78%에 달했던 공유경제 분야에서도 커다란 충격이 예상된다. 미국 공유경제 조사기관인 크라우드컴퍼니가 밝힌 바로는 지난 15년간 약 260억 달러가 공유경제 분야로 유입되었으며, 2025년 5개 주요 공유경제 분야의 잠재가치가 3,350억 달러로 2013년 150억 달러에서 약 20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공유경제의 규모가 전통적 대여시장에 육박한다는 전망이며, 교통부문에서도 공유경제 활성화로 기존 렌터카와 카풀의 이용방식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우리나라의 모빌리티환경과 법적 규제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최소 교통서비스 제공은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은 널리 확산된 반면에 이를 뒷받침할 대중교통 인프라와 재원은 늘상 턱없이 부족하다. 높은 건설비와 운영비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제공될 밖에 없는 철도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기초적인 교통서비스는 대부분 버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 노선의 사유화로 인해 노선조정에 어렵고 적자노선 폐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운전자 근무여건 급변하여 운전자 수급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요응답형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통해 농어촌, 도시 외곽 지역 등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교통편의 및 대중교통 운행효율성 제고하고자 관련 제도를 입법하였으나 아직까지는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승차공유(ride sharing)는 출발·도착지와 이동시간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발상이며 요구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자가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1962년에 「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출발하여 도시 내 가구당 차량대수가 1대에 육박한 1998년에 변경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에 따라 일상적인 승차공유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승용차 평균탑승인원이 1.22명으로 나홀로 차량비율이 82.5%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Uber와 Lyft, 동남아의 Grab 및 중국의 디디추싱과 같은 승차공유서비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다. 심지어 81조에서 유상운송금지 예외 조항으로 인정한 출퇴근 시간대의 카풀서비스에 대해서도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출근과 퇴근시간대를 각각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규정함으로써 플랫폼 기반 카풀서비스의 활성화를 가로막았다. 시대의 흐름이 유연근무제와 출퇴근시차제 등으로 출퇴근시간대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에서 출퇴근시간대를 정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당혹스러운 조치였다.
개인소유차량의 1일 평균 주행시간이 2시간으로 90% 이상 움직이지 않고 주차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량을 남에게 빌려주고 이에 대한 사용료를 받고자하는 욕구 또한 매우 상식적이다. 이러한 차량공유(car sharing)는 개인(또는 법인)이 소유한 차량에 대해서 플랫폼 기반으로 타인에게 단기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렌터카 서비스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현재 국내 대표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인 ‘쏘카’는 대규모로 차량을 소유한 법인이 소유한 차량을 이용자에게 대여하는 B2C 방식에만 묶여있다.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Turo’처럼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동안 다른 이용자에게 대여하는 P2P 방식의 진정한 차량 공유 역시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유상운송의 금지 등)」에서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는 그 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여서는 아니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斡旋)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P2P 차량공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였다. 요새 많이 알려진 ‘딜카’는 고객의 통행 출발과 도착지에서 차량 인수인계가 가능하게 해 렌터카 이용의 편리성 측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개선한 서비스로서 기존 렌터카 서비스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차량공유에 속하지는 않는다. 최근 논란의 핵인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의 예외조항인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을 활용하여 실시간 연속적으로 렌터카 계약을 갱신하고 운전자를 알선하는 방식의 서비스이다. ‘타다’의 접근방식과 유사하게 ‘차차’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적절히 활용하여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차차’는 제18조 2항에서 허용한 “대리운전용역을 제공하는 자를 알선하는 자가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를 적용하였다. 즉, “렌터카 대여와 대리기사 호출을 각기 따로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다’와 ‘차차’는 엄밀히 보자면 차량공유나 승차공유라도 보기 어렵고 렌터카와 차량호출(car hailing)을 결합한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라고 볼 수 있으며, 기존 택시와는 차별적인 교통수단이란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타다’와 ‘차차’ 둘 다 현행법상 예외조항에 근거한 렌터카 기반 서비스이다 보니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언제든지 영업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에 놓여있다. 실제로 모빌리티 시장에서 상당한 약진을 보인 ‘타다’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급기야는 지난 10월에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인 VCNC 박재욱 대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12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서 법사위와 국회본회의 표결을 압두고 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교통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여객 운송업 시장 총 매출은 연간 19.2조원에 달하며, 약 16만개의 관련 업체와 44.1만 명의 노동자가 종사하는(시내·마을버스 8.8만, 시외·고속 1.8만, 택시 29.2만, 전세 4.1만 등) 국가기간 산업이다. 그러나 법인택시·마을버스 등 영세업체 노동자 급여는 전산업 평균(341만원) 대비 50~60%대에 불과한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수요·공급이 안정적이며 인·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여객운수업 특성 상, 노선신설 등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자율주행차량 도입에 대비한 운수산업 구조 개혁과 고용조정 대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래차시대의 ‘신교통산업’ 육성이 매우 시급하다. 이미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이 공유경제와 자율차 시대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여 차량의 생산과 판매라는 전통적 영역에서 벗어나 차량 구독, 차량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교통산업 구조를 볼 때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신교통산업의 활로를 찾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은 시장 확장은 고사하고 각종 규제와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발로 인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조차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3. 해야 할 일
이런 엄중한 상황 하에서 지난 7월에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과 이에 대한 후속 조치들은 아쉬운 점이 많다. 플랫폼 사업을 운송·가맹·중개 3가지로 나누고 각 사업유형별로 꼼꼼하게 정책방안을 준비했지만 결국 ‘플랫폼 택시’라는 얼굴만 바꾼 택시에 그치고만 측면이 강하다. 택시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 날로 격화되어온 현실을 무시하고 정부가 차량 플랫폼 사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택시업계와 교통공유경제 산업간 갈등의 본질을 회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승차·차량공유 허용’과 ‘택시면허제 존속’의 2가지다. 첫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와 ‘제34조(유상운송의 금지 등)’을 공유경제와 자율차량 시대를 앞두고 우리도 이제는 허용할 것인가? 둘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함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약칭: 택시발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택시면허 기준, 택시총량, 신규면허제한 등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일몰제 등을 통해서 폐지해 나가야하는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시민, 업계,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지금까지의 격렬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해결책이다. 2027년 자율주행차량 상용화를 향한 정부의 관련 법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 두 가지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서는 미래차시대의 신교통산업 육성은 요원하다. 지금처럼 현행 여객운수사업의 법제도 틀 안에 갇혀있으면서 현재의 대립을 해소하고 공유경제와 자율차량에 대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장 갈등 해소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미래차 시대에 2025년 상용화한다는 플라잉 카(flying car)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인운전택시는 합법적으로 탈 수 있어야 되지 않는가.

- 출처 : 한국행정연구원 2019년 겨울호 <규제동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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