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양범정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임준원 책임연구원, 김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함께 측정이 불가능했던 고체의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였다.
◦ 양자거리*는 두 개의 양자상태를 비교하는 개념으로, 목표했던 양자상태와 실제 양자상태의 차이 즉, 양자통신과정 혹은 양자컴퓨터 연산과정의 양자정보 손실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양자상태(에너지, 스핀 등 양자역학적으로 본 입자의 상태)의 정보를 담고 있는 두 파동함수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서로 같을 때 0, 서로 직교할 때 1.
◦ 양자역학에서 고체 내의 전자는 파동으로 간주되는데, 이 파동은 곡률과 양자거리로 나타내는 기하학적 모양을 가진다. 양자거리는 파동구조의 핵심 요소지만 지금까지는 고체에서 양자거리를 측정할 방법이 없었고, 물성으로도 나타나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 연구진은 평평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에 자기장을 걸어서 양자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내었다.
* 고체 속 전자가 운동량에 상관없이 일정한 에너지를 가짐(일반적인 고체는 전자의 에너지가 운동량에 크게 의존하는, 복잡한 곡선 에너지띠를 갖는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기초과학연구원(원장 노도영)은 이번 성과가 8월 6일 00시(한국시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2.778)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고 밝혔다.
□ 연구진은 평평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에 자기장을 걸면 에너지 준위가 변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발견하고, 이 변화로부터 양자거리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 연구진은 평평한 에너지띠와 곡선 에너지띠가 교차하는 물질*에 자기장을 걸면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란다우 준위)가 퍼짐을 발견했다.
* 전자가 운동량에 따라 여러 에너지를 가져서 평평한 띠와 곡선 띠를 둘 다 가지며, 두 띠가 교차하는 고체물질. 평면 형태의 순환 그래핀, 카고메 격자물질 등이 그 예다.
◦ 이어서, 이 에너지 준위 퍼짐은 에너지띠끼리 교차하는 점에서의 양자상태에 달려있음을 밝혔다. 양자거리를 결정하는 양자상태가 실제 물성인 에너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 이에 착안해 연구한 결과, 양자거리의 최댓값이 에너지 준위 퍼짐을 결정함을 밝혀내었다.
□ 이번 연구는 고체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관찰해 양자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해서, 전자 파동의 기하학적 구조와 관련한 새로운 고체 연구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임준원 책임연구원은 “여러 이차원 물질에서 파동함수의 양자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련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 양범정 교수는 “고체를 양자기하학으로 분석한 기존 연구들은 곡률에 국한되어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양자거리를 측정하여 물성을 밝힐 수 있게 됐다”며 “나아가 양자정보 분야에 쓰일 새로운 재료를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순수 이론 분야에서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 이번 연구는 IBS와 연구재단 및 미 육군 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