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바닷속에 설치한 가스관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행정1부(박종훈 부장판사)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청구한 세금 부과(취득세 등 경정 거부)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세금 10억원을 부과한 울산 울주군의 과세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16년 울주군은 한국석유공사에 동해가스전과 연결된 가스관을 과세 대상으로 삼아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약 27억원을 부과했다.
석유공사는 이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 세금 약 17억원을 환급받고 나머지 취득세 등 10억원도 돌려 달라며 울주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석유공사는 "지자체 행정구역이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 내 시설은 과세대상으로 볼 수 없고 가스 외에 다른 물질도 이송해 지방세법상 과세대상인 가스관이 아닌 점, 바다는 해양수산부 관할인 점, 육지에 종속된 생산시설"이라는 이유로 바닷속 가스관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울산지법은 올해 1월 석유공사의 이 같은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법은 "석유공사의 바닷속 배관은 과세대상인 가스관으로 봐야 하고 육지 건축물에 종속된 것이 아닌 별도 시설"이라며 "바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리 주체를 해양수산부로 구분했을 뿐 영해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까지도 지자체 과세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울주군의 손을 들어줬다.
석유공사는 2004년부터 울주군 육지 생산시설과 동해가스전까지 61㎞ 해저 운송 배관 등을 설치해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등 자원을 채굴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바닷속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과세 근거가 마련되지만 해양 플랜트 기업 등은 상당한 과세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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